제목    중·소 조선소 현장을 가다[세계일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12-05-16 조회 3770

지난 3일 오후 3시 경남 통영시 A조선소. 이 회사의 미래를 암시하듯 하늘에는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퍼부을 것처럼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조선소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동감 하나 없이 무거운 정적만이 흘렀다. 1만5000평의 부지 중앙에 서 있는 타워크레인은 멈춰 섰고, 블록을 조립하는 2개의 도크도 텅 비어 있었다. 안내하던 직원 B씨는 “3만4000t급 선박을 다음주부터 건조하면 분위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그나마 마지막 수주물량”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1만∼3만t 선박을 건조하는 A조선소는 2008년 ‘리먼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2010년 5월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을 체결했지만 현재 존립이 불투명하다. 그동안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200여명의 직원은 절반으로 줄었고, 1000여명에 달하던 협력업체 직원도 200∼3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채권단은 지난해 이 회사가 수주한 10여척 건조계약을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취소시켰다. A조선소는 마지막으로 건조하는 3만4000t 선박을 오는 10월쯤 선주에게 인도하면 더 이상 일감이 없다. 

<2008년 리먼사태 여파로 신규 수주가 끊기면서 지난 4일 전남 목포시 세광조선의 타워크레인은 멈췄고, 블록을 조립하는 야드도 텅 비어 있다.>

 

지난 4일 방문한 전남 목포시 연산동 ㈜세광조선도 일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협력업체에서 납품받은 블록을 조립하는 작업장은 텅 비어 있었고, 한쪽에는 족장(높은 곳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난간과 발판)만 쌓여 있었다. 다만, 제1도크에서는 직원들이 페리호를 수리 중이었고 임대해 준 제2도크에서는 폐선이 해체되고 있었다.

세광조선 관계자는 “현재 작업 중인 1만9000t급 다목적선을 6월 말쯤 선주에게 인도하면 새로 건조하는 배는 없다”며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선박 수리를 하고, 도크도 임대하며 겨우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4년이 됐지만 조선업계는 구조조정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선가 하락과 발주량 감소, 후판(두께 6㎜이상의 강판) 가격 상승 등 ‘삼각 파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는 고부가가치선인 해양플랜트를 제작해 그나마 견딜 만하다. 하지만 중·소 조선업체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부산과 통영, 목포 등에 밀집해 있던 블록 생산업체들은 2000∼2008년 초 조선업계가 호황일 때 앞다퉈 소형 수출선박 건조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리먼사태로 일감이 급감하면서 줄줄이 문을 닫았다. 현재 3∼4개 중형 조선사가 정상 운영 중이지만 일감 부족에 시달리며 생존을 걱정할 지경이다.

문제는 정부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들이 2000년부터 경제를 장밋빛으로 전망하면서 세계적으로 너무 많은 배가 발주됐다”며 “선복량(적재능력)이 넘치는 상태에서 리먼사태가 터졌고, 이로 인한 구조조정이 지금도 계속되는 과정이라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자료원 : 세계일보 2012년 05월 14일(월) 오후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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